갑과 을의 문제 2

by 이종덕

내 주위는 온통 甲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공무원 아저씨들, 일거리 주시는 분들,

심지어는 같은 회사 내에서도 쥐꼬리 같은 힘으로 동료에게 갑질을 합니다.


내 장인어른은 일란성쌍둥이셨고 두 분의 이름은 김갑상과 김을상이셨습니다.

두 분은 그렇게 갑과 을의 관계로 85년을 넘게 함께하시다가 지금은 두 분 다 돌아가셨습니다.

참으로 보기 드문 의좋은 형제였고 작은 장인인 을이 먼저 돌아가셨을 때

갑이 애통해하는 모습은 정말 곁에서 뵙기가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두 분은 결혼도 합동결혼을 했고 일본 유학도 함께, 군대도 함께 했으며

함께 동업하신 사업체의 이름도 갑을상회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성남의 메모리얼 파크에 함께 묻혀계십니다.

내가 30년 전 결혼을 하고 그 두 분을 뵙는 동안 모든 걸 함께 의논하시고 서로 돕고

함께 울고 하는 모습을 수없이 보았으며 칠순, 팔순잔치도 함께 하셨습니다.

갑상 씨가 형이라고 해서 을상 씨를 괴롭히고 못 살게 구는 일을 한 번도 못 봤습니다.


甲님들 조금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너무 그러지 맙시다.

어느 날 칼자루가 바뀌어 을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을이 되어서도 갑인 줄 알고 설치다가 한방에 간 사람도 봤습니다.


김갑상과 김을상형제 같은 갑과 을의 관계를 꿈꾼다면 난 미친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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