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움 속에 잊지 말아야 할 것들

by 이종덕


나 어릴 때 할머니는 부뚜막 한 켠에 조그마한 단지를 하나 놓고 아침 저녁 밥을 지으실 때마다 한줌의 쌀을 단지에 모아놓으셨던 기억이 난다.

그토록 인자하시고 따듯하기만 하셨던 할아버지였지만 밥을 남기면 엄하게 야단을 치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늘 "조금 더 먹고 싶을 때 숟가락을 놓아라"하셨던 말씀도 생각이 난다.


지금 유럽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절반이 대부분 죽은 채로 바다에 던져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 물고기들이 크기나 종류가 적합하지 않거나 정해놓은 어획량을 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슈퍼마켓의 쓰레기 통에 버려진 음식물도 슈퍼마켓의 재산이기 때문에 그걸 꺼내먹으면 법에 저촉이 된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아무도 가져가지 못하도록 화학약품을 뿌리거나 압착을 해서 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샥스핀의 원료인 상어지느러미를 채취하기 위해 상어를 잡아 갑판에서 지느러미만 떼어내고 상어를 그대로 바다에 던져버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상어는 바다에서 헤엄도 제대로 못 치고 몸부림을 치다가 결국 죽어버리는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 죽는가"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머릿속이 매우 복잡해진다.

굶주림의 문제와 엄청나게 버려지는 음식의 문제, 환경오염... 이게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한참 지난 뒤에 알게 되었지만 할머니는 그 단지가 꽉 채워지면 마을 성당에 모여진 쌀을 가져다 주셨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식량의 소중함과 과잉섭취로 인한 건강문제까지도 염두에 두고 어린 손자를 교육하셨던 것 같다.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였고 전문적인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셨을 옛날 두 분 어른의 지혜와 혜안이 오늘 아침에도 국에 밥을 말아놓고 남기고 출근한 나를 채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