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커피

by 이종덕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오후다.

매일 매일 자가배전(roasting)하여 핸드드립 원두커피를 만드는"고종의 아침"이라는 제대로 된 커피전문점이 회사 옆에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출근길마다 이집에서 스며나오는 커피볶 는 냄새는 늘 문학적이다.


고종황제가 아관파천을 해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 때 커피에 맛을 들이게 되었고 나중에 덕수궁으로 돌아온 후에 "정관헌"이라는 서양식 건물을 짓고 그곳에서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했다고 하니 "정관헌"이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숍이라 할 수 있겠다.
고종황제와 신 문명의 상징인 커피와의 만남.. 그런 의미에서 이집은 가게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아직은 커피의 품종도, 그에 따른 맛의 차이도 잘 모르지만 손님을 만나기 위해 이집을 드나들며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찾았는데 바로 Costarica Tarrazu(코스타리카 따라쥬)이다.
이 커피는 입안에 꽉 차는 감미로운 구수함이 약간의 신맛과 잘 어울리는 최상급 커피다.

커피를 주문하면 함께 내어주는 수제 쿠키도 아주 맛이 있고 뜨거운 여름날엔 더치커피도 일품이다.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진다.
봄에는 벚꽃을 다 지게 하더니 오늘은 단풍을 다 떨어뜨리고 있다.

가게문을 열면 짙은 커피 내리는 냄새가 온몸을 감싸는 "고종의 아침"에서 만추를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