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던 날 리조또

by 이종덕

지난주, 첫추위가 왔고 첫눈이 내렸다.

첫추위는 몸이 준비가 덜된 채 맞게 되어 한겨울 강추위보다 더 춥고 첫눈은 나이가 들어도 낭만적이다.
전망 좋은 창가에서 첫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멋진 점심을 먹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닿았다.

우리 회사 동네에는 맛집들이 널려있다.
순두부 잘하는 백년옥, 갈비탕이 맛있는 버드나무집 곤드레밥을 제대로 하는 산내들, 그리고 길만 건너면 예술의 전당 안에 있는 카페들과 BC카드 본사 뒷골목의 한가닥씩 하는 수많은 골목식당들까지...


파스타와 화덕피자를 정말 제대로 만들어내는 "소 젤리"는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탁자 네 개짜리 미니 식당이었고 아쿠아 육교 옆골목 한적한 곳에 콕 박혀있는 나만의 보물 같은 favorite식당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3층을 전체다 임대해서 근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되었다.
건너편에 있는 고급 아파트인 슈퍼빌의 정원이 이 레스토랑의 정원인 것처럼 잘 꾸며진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뭇가지에는 흰 눈이 스치듯 쌓이고 있었다.

주방장 겸 주인인 젊은 사장이 날 보더니 무척 반가워하며

가게를 키우면 장사가 안된다는 속설이 있다는데 걱정이라며 말을 걸어온다.
이집은 워낙 음식 맛이 좋으니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덕담을 해주고 특별하게 신경을 써 준듯한 리조또와 그라탱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주인의 걱정과는 다르게 꽤 넓은 홀이 꽉 차있다.
좋은 일이지만 뭔가 숨겨두었다가 들킨 그런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