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는 자세

by 이종덕

어느새 11월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올해도 딱 한 달 밖에 남질 않았군요.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12월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제가 다니는 연구원은 지은 지 30년이 넘어서 실험을 하고 분석을 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작년부터 새로운 연구원을 지어 이사 갈 계획을 세웠었는데 지난 5월 건축본부장의 일이 제게 맡겨졌습니다. 이미 완성된 설계도면 한 권과 함께..

건축이라는 일을 처음해 보는 것이라 당황스럽기도 했고 앞으로 후배들이 오래 쓰게 될 건물이니 욕 얻어먹지 않게 잘 지어보자는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지금 짖고 있는 건물은 일반 오피스 빌딩이 아니고 LAB이기 때문에 훨씬 더 까다롭고 고려해야 할 일들이 많음을 토목공사가 끝날 즈음 알게 되었습니다.

설계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실험실의 특성상 냄새나는 나쁜 공기를 빼주고 새로운 공기를 공급해줘야 하는 공조시설과 장비의 하중, 전력 등의 요소가 제대로 계산이 안 되어 있어 상층부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설계를 전면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준비운동과 밑그림은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숨은 기반이며 보이지 않는 노력입니다. 전문가의 조언이 빠져 밑그림이 잘못된 것이지요.

이제라도 알게 되어 바로잡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신입사원 면접이 있었는데 여자 면접생이 인상 깊은 포부를 밝혔습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시약 중에 pH의 급격한 변화를 완충해주는 buffer이라는 시약이 있는데 buffer와 같이 미생물이 급격한 변화에 잘 견뎌내고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buffer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큰 틀을 흔들지 않고, 공사기간도 지켜지고, 돈도 추가로 많이 들어가지 않게 조절하고 완충하는 역량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예기치 않은 어려움이 왔지만 이것이 지난 5월 발령의 이유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책임소재를 따질 때가 아닌 것이지요.

매거진의 이전글충고를 기분 나빠하는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