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밥상

by 이종덕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밥하고 설거지하는 일이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대략 60년을 넘게 하루에 세 번씩 그 일을 반복하셨을 테니 지겨우실 만도 하다.
30년 된 마누라도 휴일엔 밥을 안 주려하는데..


과학이 발달을 해서 하고자 만 든다면, 단지 생존을 위한 먹는 일은 알약이라든지 다른 수단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맛을 느끼고 먹는 즐거움은 인류가 절대로 포기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또한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친밀해지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초겨울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외출을 했다가 밥때가 되었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뭔가 맛있고 특별한 음식을 사드리고 싶어 이 궁리 저 궁리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옛날에 은행 다니실 때 자주 가셨다며 "한일관"말씀을 하신다.


70년이 넘은 식당인데 종로에 있다가 얼마 전에 압구정동으로 옮겼다. 오래된 식당인 만큼 음식 맛이 깊고 가짓수가 많지 않아도 딱 수저가 갈 만큼 소홀한 메뉴가 없다.

잘 익은 어리굴젓을 막 구워낸 녹두 빈대떡에 올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아버지는 이게 잡수시고 싶었던 것이다.

젊은 시절 직장생활하실 때 점심한 끼를 추억하고 싶으셨음을 알게 되었다.

갈비구이도 참 연해서 얼마 전에 치과치료를 받으신 어머니도 잘 드신다.


예전엔 입장이 반대였겠지만 이제는 부모님이 잘 드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 어머니가 더 먹으라고 내 밥그릇에 덜어주시는 한두 숟가락의 밥과 내 수저에 올려주시는 생선살 한 점이 너무 정겹고 60을 향해가는 나를 성장기 소년처럼 만든다.

오래된 밥상 그리고 정겹고 따뜻한 밥상을 참 맛있게 받았다.

그리고 형도 동생도 없이 어머니 아버지를 독차지 한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