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보쌈

by 이종덕


쌀쌀한 주말 오후

모처럼 노부모님을 찾아뵈었다. 뭐 그리 바쁘다고 30분만 가면 뵐 수 있는 것을..

오늘은 손주 녀석까지 데리고 갔더니 증손주의 재롱에 너무 기뻐하시는 모습이다.

두 분의 연세를 합쳐보니 171세나 되셨는데 기력은 많이 떨어지셨지만 그래도 건강하신 모습이고 내가 있는 서너 시간 남짓 되는 짧은 시간에도 몇 번을 티격태격하신다.


두 분의 다투시는 모습이 오히려 안심이 되고 기쁘니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혹시나 외출을 하실까 봐 미리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니는 작은아들 온다는 소리에 한달음에 정육점에 가셔서 질 좋은 돼지고기를 사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보쌈 수육을 삶아놓으셨다.

50년을 넘게 먹어온 어머니의 보쌈.

작년 요맘때 담가 놓으신 묵은지와 함께 먹는 딱 알맞게 삶아진 고기의 식감과 맛이 조금의 변화도 없이 입에 감긴다.


개성분이신 어머니의 보쌈김치, 편수, 조랭이 떡국..

얼마나 더 먹을 수 있을까?

늘 그렇지만 되돌아 서는 길 마음이 편치 않다. 오래 건강하시고 그래서 이 맛있는 음식들도 오랫동안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