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잔째 커피

by 이종덕

어제도 쉬었는데 내일도 쉽니다.

연휴의 푸근함과 느긋함에 몸과 마음이 편안합니다.


몇 년 전에 딸과 사위가 에티오피아에 1년간 가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알게 된 지인들이 이따금씩 커피를 보내줍니다.

오늘 아침에는 그곳에서 직송되어온 "에티오피아 시다모"를 막 개봉하여 내려마셨습니다.

짙고 부드러운 갓 내린 커피의 향이 휴식의 정점을 찍어줍니다.


스타벅스가 처음 생길 무렵 새로운 다방의 형태와 주문방식에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를 보며 뭐가 뭔지 몰라서 맨 위에 있는 커피가 제일 대중적일 것이라는 생각에 espresso를 주문했습니다.

아주 조그만 잔에 한약처럼 진하고, 쓰디쓴 커피가 나왔는데 물론 반도 못 마시고 그냥 나왔습니다.

지금 같으면 자세히 물어보고 주문을 했겠지만 그때만 해도 완전 아저씨가 아니어서 물어보기가 쑥스러웠지요.


물론 이제는 나도 세련? 되어져서 espresso는 30ml 정도가 적당한 량이고 맛, 향기, 느낌, 여운.. 이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정교한 기초적인 커피로 모든 커피의 베이스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젊은 사람들처럼 점심 먹고 어리바리하지 않게 주문을 해서 먹고 길거리에서 들고 다니며 폼나게 먹을 줄도 압니다.


그리고 오로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제대로 된 커피집도 두어 군데 생겼습니다.

남한산성에 있는 "아라비카"와 예술의 전당 맞은편 골목 안에 있는 "고종의 아침"같은 곳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미묘한 맛과 향의 차이도 구별할 줄 알게 되었고요.


또 날씨가 흐리고 우중충합니다.

지금은 봉다리 커피믹스를 마시고 있습니다.

최백호의 노래 가서 처럼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있는 느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