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나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습니다.
회사를 좀 오래 다녀서 연차휴가가 25일이나 되는데 챙겨보니 이틀밖에 쓰질 못했습니다.
옛날처럼 휴가 안 쓰면 돈으로 주는 것도 아니고 억울하단 생각이 들어서 목, 금 이틀 휴가를 내고 주말까지 달아서 나흘을 푹 쉬어야겠다고 마음먹고 휴가를 냈습니다.
신입사원 때나 30년이 지난 지금이나 휴가를 낼 때면 더럽게 눈치가 보입니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고, 내 휴가 내가 쓰는 것인데도 공연히 불편한 겁니다.
여하튼 이렇게 갈등을 하며 얻은 휴가는 첫날부터 비참하게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도 없이 핸드폰이 울려대고 이메일 확인해야 하고 이건 뭐 장소만 집이고 복장만 츄리닝차림이지 회사에 있는 거랑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겁니다.
그래도 첫날은 그냥저냥 버텼는데 둘째 날은 아침부터 오는 전화에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낳겠다 싶어서 결국은 늦게나마 회사를 나가고야 말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아직은 이렇게 쓸모가 있구나 하며 스스로 위로를 하고 감사한 마음도 들긴 했습니다만 핸드폰 확 꺼버리고 온전한 휴가를 갖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퇴임을 했지만 3년 전에 여름휴가를 가려고 휴가원을 냈더니 부회장이란 양반 하시는 말씀이 "퇴직하고 쉬는 연습 미리 하는 건가?"하는 겁니다.
말을 한마디 해도 참 더럽게 정나미가 떨어지게 하더군요.
나는 속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러는 형은 밤에 눈 감고 잘 때 죽는 연습하는 것이냐고...
휴가 하나 맘 편하게 못가는 조직문화, 휴식을 노는 것으로 간주하는 리더의 잘못된 생각..
창조를 가로막는 걸림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