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에는 전염병이 자주 돌아 콜레라, 장티푸스 예방주사를 봄가을로 맞곤 했습니다.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팔을 걷고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을 때 앞에서 주사를 맞는 친구들의 표정과 비명소리를 들으며 너무 무서웠습니다.
공포 그 자체였지요.
앞을 모르고 산다는 것이, 그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측을 못하는 삶이기에 오히려 하루하루 담담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살아가면서 못 견디게 힘들었던 순간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그리움... 서서히 옅어지고 그러다 잊히고 그래서 살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의 그 느낌들이 계속해서 지속되어 괴롭다면 삶은 고통일 것입니다.
새로운 환경이 낯설어 좀처럼 어떻게 해볼 수 없을 때, 잘 나가던 때의 기억, 갑자기 어려워진 현실.. 그것들이 올무가 되어 헤어나지 못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적응해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불확실성과 망각 그리고 적응..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하나님에게 좋은 선물을 받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