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게 쪽팔린 이야기

Nonfiction

by 이종덕



옛날에는 동네마다 굴뚝이 높은 대중탕이 있었습니다.
잘 사는 집은 일주일에 한번, 그저 그런 집은 한 달에 한번 그리고 찢어지게 가난한 집은 설이나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중탕엘 갈 수 있었습니다.

때는 1977년 암울하고 처절했던 재수하던 시절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목욕도 하고 이발도 좀 하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등 떠밀려 수건에 비누와 이태리타월을 둘둘 말아 들고 목욕탕으로 향했습니다.
목욕탕으로 가는 길목에 지금은 동사무소에서 동장일을 보고 있는 친구 집이 있어 함께 가자고 들렸더니 이 녀석이 대낮부터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마음도 꿀꿀하고 그날따라 비까지 내려 목욕 가는걸 까맣게 잊고 친구 녀석과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꽤나 마셨습니다.
조금 취하긴 했지만 목욕을 안 하고 그냥 들어가면 혼날게 뻔해서 목욕탕을 갔습니다.
대충 샤워를 하고 때를 불리려고 탕안엘 들어 갔는데 갑자기 취기가 확 오르더니 속이 미식 미식해 어떻게 해 볼 겨를도 없이 탕에다 오바이트를 하고 말았습니다.
함께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총알처럼 튀어 나갔고 물에는 고약한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때밀이 겸 관리인이 미친놈이라고 욕을 하며 고무바가지로 내 머리며 등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고 나는 탈의실과 탕안을 뛰어 다니며 매를 피해야 했습니다.

그날.
난 대학에 입학하면 사려고 모아둔 세고비아 통키타 값을 몽땅 물값으로 물어줘야 했고 때는 뿔었는데 밀지 못한 채 목욕을 끝내 한동안 피부가 허옇게 일어나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습니다.

음주운전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음주 목욕입니다.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나는 술을 깬다는 핑계로 싸우나 탕에 가서 땀을 빼는 짓을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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