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선이가 펑펑 울던 날

by 이종덕

"응답하라 1988"이 꽤나 인기가 있습니다.

저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줄거리야 뭐 뻔한 거지만 배경, 소품, 그리고 그때의 감성을 자극하는 유행가들 까지 추억을 되새기는 깨알 같은 재미를 주기 때문입니다.


덕선이는 명랑 쾌활한 말괄량이 여고생입니다.

그런 그녀가 펑펑 우는 장면이 두 번 나왔습니다.


똑똑하고 야무진 언니와 귀한 남동생 사이에 끼어서 용감하고 씩씩했지만 언니의 생일 케이크에서 양초를 서너 개 빼고 덕선이의 생일 케이크로 재활용했을 때 그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둘째 컴플랙스가 한꺼번에 터져 버려 평펑 울어버렸던 것입니다.

참 어이없게도, 6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그 서러움이 가슴에 전달되어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쪽팔리게...

저도 위로 형 하나와 밑으로 여동생을 하나 둔 삼남매의 둘째로 살아왔거든요.


늘 잘난척하고 질투의 대상이어서 언니라고 부르지도 않고 티격태격하던 언니가 고시원에를 들어갑니다.

눈에 가시 같던 언니가 사라지고 방도 혼자 쓰게 되어 너무 좋아합니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꽃게찜을 들고 언니의 고시원을 찾아간 덕선이는 언니가 공부하고 있는 쪽방을 확인하는 순간 그 커다란 눈에서 또 한 번 눈물을 펑펑 쏟아냅니다.

"언니.. 이런데서 자는 거야? 저기 컵라면은 또 뭐야?" 언니를 끌어안고 사람의 본성이 꽃보다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형이 군대 갔을 때의 기쁨과 첫 면회 갔을 때 꼬질 꼬질한 모습에 측은한 마음이 들어 가슴이 싸 했던 그때의 기억이 교차하더군요.


누군가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지금은 어느 결엔가 찾아볼 수 없게 된 눈에 익은 소품들, 그때 유행했던 발라드곡 들이 지난날들을 추억하게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공감하며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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