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너무 추워서 이틀 동안 꼼짝 않고 집에만 있었습니다.
마누라가 심한 독감에 걸려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버려서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했습니다.
아침은 커피에 계란 프라이, 점심때는 치킨 배달시켜먹고 저녁에는 라면을 끓여먹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삼시 세 끼를 다 챙겨 먹기는 한 거지요.
이렇게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면서도 참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계란 프라이 하나 하는데도 식용유가 어디 있는지, 생선 굽는 팬에 계란 프라이를 해서 비린내가 나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커피도 내리질 못해 그냥 봉다리 커피로 해결했습니다.
도대체가 집이라는 공간에서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이지요.
몇 년 전에 장모님이 돌아가시고 석 달만에 장인어른이 뒤따라 가셨습니다.
주위에서는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서 따라가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부부가 해로를 하며 살다가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시면 영감님이 혼자 살아가는 시간은 그 반대의 경우보다 월등히 짧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은 영감 없이도 잘 지내지만 영감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머리 파마하고 동그란 안경 쓴 강연 잘 하는 김정운 교수는 그 원인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리츄얼의 차이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할아버지의 리추얼은 대부분 할머니에게 맞춰져 있지만 할머니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할머니들은 할아버지들에 비해 정서적으로 훨씬 풍요롭고 할아버지와 관련 없는 일상들이 많이 남겨져 있어 배우자의 상실이 아프긴 하지만 살던 대로 일상을 보내시는 것이지요.
하지만 영감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하던 일이 거의 없어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고 정서적으로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부부가 함께 살다가 누가 먼저 가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누가 되든 홀로 남겨졌을 때 여생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그리고 자식들 보기에 궁상맞지 않게 보내다가 가는 것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부터라도 설거지도 해주고 청소기도 돌려 주며 가사분담을 조금씩이라도 하며 리추얼을 평평하게 맞춰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어젯밤에도 나는 계란 프라이를 하며 식용유인줄 알고 올리고당을 넣는 바람에 참으로 해괴한 계란 프라이를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