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설도 지나지 않았는데,
봄이 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올겨울은 유난히 길고 춥게만 느껴집니다.
이유가 뭘까?
나이는 계절과 함께 간다던데... 아직은 내 나이가 겨울은 아닌 것 같은데, 이제껏 지내왔던 겨울과 똑같은 겨울을 지내고 있는데 춥고, 어둡고, 얼어붙은 세상이 너무 싫습니다.
마음이 위축되는 것을 경계하며 살아왔습니다.
모든 것은 내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밝아야 세상이 밝고 마음이 따뜻해야 내 주위의 모든 것을 따뜻하게 감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나도 모르는 새에 마음이 지쳐있었군요. 내가 내 마음을 너무 방치해 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밖을 살피느라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너무 오래 억눌렀습니다. 내 마음이 삐져서 반항을 하기 시작 한 겁니다.
벗어나려고, 뛰쳐나가려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거기다 열흘째 앓고 있는 감기 몸살이 내 자유의지에 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봄이 온다고 특별히 달라질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화창하고 따뜻한 봄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마음도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
잠시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봄 냄새가 납니다.
어릴 적 새학기가 시작되며 새롭게 준비한 새 연필과 지우개 냄새 교과서와 공책 그리고 교실과 친구들 모든 게 새롭게 바뀌던 그 옛날의 새봄의 냄새가..
봄비도 촉촉이 내립니다.
하늘은 맑은데 분무기로 뿌리는 것처럼 부드럽게 봄비가 내립니다.
단성사 극장 앞에서 조조영화 티켓을 끊어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저기 을지로 쪽에서 바바리 입고 노란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 참 귀엽고 청순한 처녀 때 아내의 모습이 보입니다.
겨울이 너무 지루합니다.
차라리 한 5년쯤 건너뛰어 이 어중간함에서 벗어나, 억지로 버티고 있음에서 벗어나 온전히 내려놓고 편해지고 싶습니다.
이놈에 사춘기는 언제나 그만 찾아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