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글을 잘 쓰는 작가 김훈은...
(나는 김훈의 글을 볼 때마다 지독하게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에서 자작나무 숲의 느낌을 얘기합니다.
자작나무 숲을 볼 때마다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느낌이 있었는데 이 글이 내 마음의 느낌과 감성을 잘 정리해 주었습니다
5월의 산에서 가장 자지러지게 기뻐하는 숲은 자작나무 숲이다.
하얀 나뭇가지에서 파스텔톤의 연두색 새잎들이 돋아날때 온 산에 푸른 축복이 넘친다.
자작나무 숲은 생명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작은 바람에도 늘 흔들린다.
자작나무 잎이 흔들리는 모습은 잘 웃는 젊은 여자와도 같다.(중략)
숲의 빛은 바다의 물비늘처럼 명멸한다.
사람이 바람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때에도 그 잎들은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그래서 자작나무 숲은 멀리서 보면 빛들이 모여사는 숲처럼 보인다.
잎을 다 떨군 겨울에 자작나무 숲은 흰 기둥만으로 빛난다.
그래서 자작나무 숲의 기쁨과 평화는 죽은 자 들의 영혼을 불러드릴만 하다.
몇 년 전
강원도 출장길에 짬을 내어 자작나무의 최대 군락지로 꼽히는 인제의 내린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을 찾아갔습니다.
오로지 자작나무를 만나기 위해..
눈이 내린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길은 미끄럽고 어려웠지만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 입구에서 다리에 힘이 풀릴 만큼 멋진 광경을 만났습니다.
가지마다 쌓여있는 잔설이 바람이 불 때 마다 피어올라 햇빛에 반사되어 자작나무 위로 반짝이는 은가루처럼 퍼져나가는 풍경은 이제껏 보아왔던 어떤 설경보다도 내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습니다.
문득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오훕니다.
설을 앞두고 사람들의 발길은 빨라지고 길은 온종일 막힙니다.
세상을 향해 "며칠 동안 나 찾지 마세요"문자 한 통 날리고 빛들이 모여사는 숲, 자작나무 숲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딸이 태교할때 그린 자작나무 숲의 모사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