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 유감

by 이종덕

오늘만 적당히 때우면 닷새간의 설 연휴를 지낼 수 있겠네요.

설날을 기다렸습니다.

어릴 때 맛있는 음식이나 세뱃돈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기대감이 아닌 푹 쉬고 싶은 설 연휴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참치, 스팸, 치약 비누세트.. 이런 것들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제 차에도 몇 개 있습니다.

이게 좀 만만하긴 한 모양이지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선물세트입니다. 사실 이게 좀 성의가 없긴 하지요.

명절이라고 해서 선물을 하긴 해야겠는데 제대로 하려니 부담스럽고 안 하자니 마음에 걸리고.. 그러다 보니 박스로 구입해서 택배로 쭉 보내버리는 것 같습니다.


TV에 비친 국회 로비에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아마도 빨리 안 가져 가면 상해버리는 값비싼 물건들이 대부분이겠지요.

감히 국회의원한테 동원참치 보낼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제 후배가 정리해고되어 택배일을 하는데요 강남 어느 집에 백화점 갈비세트를 배달했는데 주인아줌마가 귀찮다는 듯 현관문을 빼꼼 열고 선물에 붙어있는 명함만 톡 떼더니 "아저씨 가져다 잡수세요"하더랍니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현관과 거실에는 이미 선물들이 꽉 차있고...

덕분에 가족들과 값비싼 갈비를 포식했지만 기분이 참 더럽더랍니다.


작년에 우리 연구원의 여직원이 시골 어머니가 농사지어 짠 참기름이라며 병에 예쁘게 리본을 매어 내밀던 참 선물 같은 착한 선물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설 명절과 선물 문화.. 전 개인적으로 참 유감스럽습니다.

위에 써내려 온 것처럼 선물의 의미가, 감사의 마음이 퇴색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늘이나 내일 저녁뉴스에 우리는 또 역겨운 장면을 보게 될 것입니다.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이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썩소를 날리는 생쑈를 말입니다.

이런 거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치를 선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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