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숨을 죽이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봄비 일까요?
기분은, 분위기는 봄비 같은데...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때가 이른 것 같습니다.
아마도 또 한차례의 매서운 추위를 예고하는 겨울비인 것 같습니다.
햇빛이 나있는데 맑은 하늘에서 잠깐 내리다 마는 비를 여우비라고 합니다. 초여름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할 무렵에 이따금씩 내리는 비입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비입니다. 여우비가 내리고 나면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여우비 내리는 광장에 서있고 싶은 이유는 유난히도 겨울이 길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해가 갈수록 겨울의 어두움과 을씨년스러움이 싫어집니다.
감기 끝에 찾아온 천식 때문에 며칠째 잠도 잘 못 자고 어깨와 등에 담이 들었습니다. 콜록콜록 마른기침이 이 길고 긴 겨울만큼이나 나를 지치게 합니다.
봄이 온다고, 꽃이 핀다고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는데 목을 빼고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서 봄이 왔으면 졸겠습니다.
이제 3월이 되면 남쪽으로 차를 몰아 봄 마중 여행을 가야겠습니다.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마음 적시고
지울 수 없는 추억을 내게 남기고
이제 잊으라는 그 한마디로
나와 상관없는 다른 꿈을 꾸고
이별은 겨울비처럼 두 눈을 적시고
지울 수 없는 상처만 내게 남기고
이젠 떠난다는 그 한마디로
나와 상관없는 행복을 꿈꾸는 너
(임현정이 부른 왠지 폼 나는 노래입니다)
같은 비라도 두 눈을 적시는 겨울비보다는 마음을 적시는 봄비가 더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