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댁 손만두의 비밀

by 이종덕

설 연휴의 첫날, 참 마음이 푸근합니다.

설 선물과 용돈을 챙겨서 어머니 댁에 다녀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귀성으로 서울 시내가 텅 빈 것 같아 20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현관을 들어서는데

앗! 어머니가 거실에서 만두를 빚고 계십니다. 이제 연세가 80대 중반이셔서 3-4년 전부터 귀찮다며 영 음식을 하려 드시질 않아 어머니 손맛에 굶주려 있었는데 얼마만인지 모르겠더군요.


만두는 어느 지방이나 그 맛과 모양이 비슷비슷하고 요즘은 식품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만두도 꽤 먹을만하여 보편적이고 흔한 음식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개성만두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로부터 어머니께로 이어진 손맛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어 내게는 뭔가 다른 느낌의 맛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개성만두는 그 모양이 길쭉하거나 동그랗지 않고 모자처럼 생긴 모양새가 독특하고 만두소도 너무 강한 맛이 없는 담백한 재료들이 어우러집니다.

오늘은 어머니 옆에 앉아 만두 만드는 과정을 자세하게 지켜보았습니다.

김치는 소를 털어내고 물에 헹구어 되도록이면 잘게 썰어 물기를 뺍니다.

살짝 데친 숙주와 부추 그리고 두부를 으깨 골고루 섞는데 모든 재료들의 물기를 꼭 짜내는데 정성을 쏟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만두는 익히는 과정에서 어차피 재료의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가능한 한 미리 수분을 제거해야 나중에 익혔을 때 물크러지지 않은 적당히 부드러운 만두가 되기 때문이랍니다.

고기도 쇠고기와 돼지고기 간 것을 반반씩 넣는데 돼지고기의 부드러움과 쇠고기의 깊은 맛이 조화되어 시너지를 내는 것 같았습니다.

웬만큼 만두가 빚어졌을 때 찜통에 만두를 익히면 얇은 피 속에 만두소가 살짝살짝 비칩니다. 숟가락으로 만두의 중간을 갈라 초간장을 넣어 먹는 맛은 정말 일품입니다.


예닐곱 게 정도를 정말 바람에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었는데 어머니가 "너 한참 때는 서른개 이상을 먹어치워 만두 빚기가 바빴는데 너도 이제 나이를 먹었구나" 하고 걱정을 하십니다.

오늘 즉석에서 먹은 찐만두도 맛있었지만 이제 낼모레 설날에는 푹 끓여낸 사골과 양지육수에 조랭이 떡을 함께 끓인 나의 soul food인 우리 오마니 개성댁의 만둣국을 먹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만두 만드는 과정을 보았지만 결론은 손맛이고 아들에 대한 사랑이 첨가된 맛이어서 내게 있어서는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할 어머니만의 만두였다는 것이 맛의 비밀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개성댁의 손만두를 먹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