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치의 감칠맛

by 이종덕

부산 기장군의 대변항에 가면 운이 좋으면 그물에서 멸치를 털어내는 작업을 볼 수 있습니다.

그물에 잔뜩 걸린 멸치를 손으로 일일이 떼낼 수 없어 항구까지 그물채로 옮겨 여러 명이 그물을 잡고 박자를 맞추어 멸치를 털어내는 것이지요.

옆에서 보기에 몹시 고된 작업이지만 그물에서 떨어져 솟아오르는 멸치가 이른 아침의 햇살에 반짝이는 장면은 참 보기 드문 장관입니다.


이때 어망에 우연히 걸린 다른 물고기도 섞여있기 마련인데 풀치라고 불리는 갈치의 새끼들도 어망의 사이사이에 끼어있습니다.

이 풀치를 조심스럽게 어망에서 떼어내어 정성껏 모아 말리게 되는데 갈치가 워낙 맛있는 생선이어서 마른 풀치 또한 그 맛이 비린내도 없고 감칠맛이 좋습니다.

그냥 손으로 찢어서 맨입으로 먹어도 자꾸만 손이 가는 입에 착착 감기는 맛입니다.

항구 근처의 건어물 파는 곳에를 가면 흔치는 않지만 말린 풀치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풀치는 코다리 조림처럼 졸여먹어도 맛이 있지만 손으로 가늘게 찢어서 바삭하게 볶아먹으면 더욱더 맞이 있습니다. 풀치자체가 워낙 앝은맛과 감칠맛이 있어 최소한의 양념으로 볶아 내는 것이 풀치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양재동의 한정식집인 삼라정에서는 요리가 나오기 전에 풀치 볶음을 접시에 수북이 내어줍니다.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며 소주를 마시기 전에 소맥이 먼저 몇 순배 돌기 마련인데 소맥의 안주로는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맥으로 시원하게 입맛을 돋우고 풀치 볶음을 한 젓가락 오물오물 먹는 맛은 어떤 애피타이저보다 훌륭합니다.


명절이 지나 몸이 무겁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속이 더부룩합니다.

캔맥주 꺼내 먹으며 영화를 보며 빈둥거리다가 갑자기 풀치가 먹고 싶어 졌습니다.


이제 새봄이 되면 남해안을 따라 쪽빛 바다도 보고 바다내음을 맡으러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