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졸업식..
옛날 겨울은 지금보다 훨씬 추웠습니다. 그때는 흑석동 한강대교 밑의 강물이 꽁꽁 얼어서 스케이트를 탈 정도로 겨울이 추웠습니다.
그토록 추운 날 강당도 없이 운동장에 졸업생들을 세워놓고 졸업식을 합니다.
개근상, 전근상, 우수상, 교육감상 셀 수도 없는 시상식에 교장 선생님의 연설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끝으로... 마지막으로... 콧물은 얼어붙고 몸은 동태가 되어갑니다.
길고 긴 졸업식 행사가 끝나고 중국집에 갑니다.
국졸이 뭐 그리 큰 벼슬이라고...
중국집..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졸업식날 만큼은 일 년에 한번 먹기 어려운 탕수육과 짜장면 그리고 짬뽕을 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그때, 그 시절
꽁꽁 얼어붙은 몸을 녹여 주던 짬뽕의 국물은 어찌나 맛이 있었는지...
짬뽕의 맛이 변했습니다.
그냥 얼큰하기만 합니다. 아니 짬뽕 맛이 변한 것이 아니고 입맛이 변한 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짬뽕국물의 맛은 짜장의 맛이 약간 가미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해물과 야채를 볶다가 물을 붓고 고춧가루를 넣어 끓인 그런 국물의 맛이 아니고 뭔지 모를 깊은 육수의 맛과 불맛이 합쳐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맛이었습니다.
닷새간의 연휴를 끝내고 저마다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 출근한 오늘.
우리 연구원의 원장님과 부장들이 의기투합하여 대낮부터 고량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낮술의 안주는 튀김옷과 소스가 하얀 탕수육과 그야말로 옛날식 짬뽕입니다.
역삼동 "이비가"의 짬뽕은 국민학교 졸업식날 먹던 그 짬뽕의 맛입니다. 요즘은 이곳 저곳에 분점이 많이 생겼지만 제대로 된 짬뽕국물의 맛은 역삼동 이비가 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입춘도 지나고 설도 지났습니다.
술기운인지 아니면 포근해진 날씨 때문인지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가 쫙 펴지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