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저축하는 일

by 이종덕

폴매커트니는 어느 날 꿈속에서 현악 앙상블 공연을 봅니다.

잠을 깬 후, 그는 그 선율이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바로 악보로 옮겨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보며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너무나 친숙하고 완벽해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한 번쯤 들어본 곡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이리저리 찾아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연주를 해 보여 봤지만 그 곡은 새로운 곡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꿈속의 그 선율에 가사를 붙여 노래를 완성하게 됩니다.

불멸의 팝송 비틀스의 Yester day가 탄생하게 된 일화입니다.


수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고 Voice of America라는 별명을 갖은 존 덴버도 콘서트 도중에 영감이 스쳐 즉석에서 예정에도 없던 곡을 부릅니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중간에 요들송까지 가미된 그 즉흥곡의 제목은 Calypso입니다.


프로이트는 우리의 꿈은 신탁이 아니고 평소에 기억해 내지 못했던 무의식의 발로라고 하였습니다.

Yester day나 Calypso가 아마도 무의식의 발로에서 탄생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음악을 많이 듣고 곡을 만들려는 노력들이 마음속 어딘가에 축적되어 있다가 어느 날 불쑥 멋진 곡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는 책을 읽는 일을 생각을 저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읽은 수많은 책들의 내용을 기억 못하지만 내 생각의 어딘가에 차곡차곡 저축되어 있다가 대화를 하거나 글을 쓸 때 자양분이 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잠재되어 있는 내 생각과 꿈

그것이 신탁이던 무의식의 발로이던 내가 표출하지 못했던 "활력소"가 되어 다가올 나의 노년을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이끌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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