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그냥 넘어가 줍시다.

by 이종덕

내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 바로 옆에 남자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나는 늘 일찍 출근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등교시간과 맞물리곤 하는데 이른 아침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2차선 간선도로에 차량의 정체가 일어납니다.


서초동 한복판의 학군이 좋은 동네라서 그런지 새까만 대형 승용차가 줄지어 길가에 차를 대고 아이들을 내려놓습니다.

어떤 때는 여기가 국회 앞마당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작은 짬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점심을 먹고 바람을 쐬러 회사 옥상에 올라가면 학교 운동장이 한눈에 보이는데 아이들이 한 명도 없습니다.

우리 때는 점심시간이 되면 5분 만에 도시락을 후딱 먹어치우고 운동장에 나가 농구도 하고 축구공 하나에 수십 명이 몰려 공을 차며 한참 때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을 했었습니다.


하교시간에도 등교시간과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학교가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마음이 들곤 합니다.

저렇게 해서 평생을 함께하는 고교 동창의 우정이 생길까 싶기도 하고 저 때 만 가질 수 있는 감성을 맛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살아보니 삶이라는 것은 일률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가온데 흘러가는 것인데...


학교 다닐 때 문제집을 사면 맨 뒤에 정답표가 있습니다. 문제를 풀고 맞았나 틀렸나 스스로 채점을 해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때는 정답표를 미리 뜯어내어 문제에 정답을 다 적어놓고 그대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삶에 정답은 미리 알고 거기에 맞춰서 살 수 없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땡땡이도 쳐 보았습니다.

학교 뒤편 후미진 곳에서 콜록거리며 담배도 피웠습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플레이 보이를 보며 낄낄거리고 방과 후에는 막걸리 내기 농구시합도 하며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보냈습니다.

지나고 보니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여백이 있는 삶을, 가끔씩을 일탈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모른 척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아마도 내가 영어사전 사야 한다고 돈을 받아내어 그 돈으로 당구를 친 것을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모른 척하셨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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