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키모는 어렵고 힘에 겨운 일이 생기면 하염없이 걷습니다. 걷고 또 걷다 보면 슬픔이 가라앉고 걱정과 분노가 풀리는 것이지요.
이제 마음이 평온해지면 그 자리에 막대기를 꽂아놓고 되돌아 옵니다.
살다 보면 어려움은 또다시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다시 한번 길을 나섭니다. 이번 길은 지난번에 꽂아놓은 막대기를 지나 더 멀리 가야 할 수도 있고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지난번 어려움을 기억하고, 극복했음을 생각합니다. 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봄빛이 완연한 오후입니다.
입안이 깔깔하고 밥맛이 없어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예술의 전당에 올라왔습니다.
어느새 바람은 훈풍으로 변해있고 내 무거운 어깨에 따뜻한 햇빛이 떨어집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고 점심시간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눕니다.
한참 동안 계단에 앉아 상념에 잠겨봅니다. 힘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벅찹니다.
세대째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짐작했던 대로 마음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 먼데....
모건 스콧 팩의 "아직도 가야 할길"의 첫 문장은 "삶은 고해다"이며 마지막 문장은 "결국 사랑이 전부다"입니다. 자신의 지도를 들여다 보고 그 지도를 바꿔서 고친 길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정신적 성장임을 이야기합니다.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지금이라도 내 삶에 좌표를 돌릴 수 있는 걸까?
아마도 이번에 떠나는 길은 지난번에 꽂아놓은 막대기를 지나 한참을 더 가야 할 길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