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후의 콩나무

by 이종덕

세 살짜리 손주 녀석 민후가 어린이 집에서 콩나무를 심어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물을 주고 양지바른 곳에 놓아두었더니 싹이 트고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민후는 저녁마다 베란다에 나가 맘마 먹으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을 주며 신기해합니다.


딸과 사위가 맞벌이를 해서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이 녀석이 갓 태어나서부터 함께 살며 돌봐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성장해나가는 과정만큼 신기하고 이쁜 건 세상에 없습니다.

세게 안으면 부서질세라 작고 연약했던 녀석이 어느새 꼬마가 되었습니다. 뛰어다니고 떼쓰고 온갖 말을 다해서 깜짝 놀라게 합니다.

마누라와 나에게는 "하니"와 "하찌"라는 정말 마음에 드는 이름을 선물했습니다.

스마트폰에 잔뜩 저장되어 있는 민후의 성장과정이 언제 보아도 감동스럽고 흐뭇한 미소를 지게 합니다.

이 녀석과 노는 시간은 몸은 힘들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온갖 근심을 다 잊게 합니다.


오늘은 연로하신 저의 부모님을 뵈러 간다며 엄마 아빠를 따라서 외출을 했습니다.

이 녀석이 왕할머니 할아버지께 엔돌핀이 되어 줄 겁니다.

몸이 불편해 누워계시다가도 벌떡 일어나실 정도로 민후는 연로한 부모님께도 귀하고 반갑고 보약 같은 존재입니다.

"하찌 대신 효도하고 오너라"하고 말해 주었습니다.


문득 내 어린 시절에 읽었던 "재크와 콩나무"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사랑스러운 민후가 콩나무에 물을 주며 꿈을 키워가길 바래봅니다.

세상이, 삶이 지루하고 밋밋하고 재미가 없어질 무렵 '짠'하고 내 곁에 온 내 사랑스러운 손주 민후.

마음은 청춘인데 졸지에 나를 할아버지로 만든 나쁜 녀석..

나는 민후를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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