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에서...

by 이종덕

온종일 비가 내립니다.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가 비에 같쳤습니다.

처마 밑에서 비를 긋고 있는데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다 바람까지 불어 옷이 젖고 있습니다.

비가 자저지기를 기다리는데, 조금이라도 뜸해지면 차가 있는 곳 까지 뛰어갈 요량인데 점점 더 심하게 비가 내립니다.


비 오는 날 처마 밑은 참 처량하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합니다.

그냥 물끄러미 낙숫물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

몸은 빗물에 젓고 마음은 상념에 젓습니다.

담배연기가 참으로 구수합니다.


서정주 시인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라고 노래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비가 내리는 날에 오히려 그리운 사람이 그립습니다.

이제 빗물이 스스로 작은 또랑을 만들어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두대째 담배를 피워 물었습니다.

이거 다 피울 때까지 비가 멈추지 않으면 그냥 뛰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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