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꿈이 어수선했습니다.
밤새도록 세차게 내리는 비에 몇 번인가 잠이 깨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대로 새벽에 일찍 잠이 깨어 순간 여기가 어딘가 싶었습니다.
마누라 때린 날 장모 온다고 하필이면 어렵게 계획해 놓았던 휴가를 앞두고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나서 조금은 찝찝한 마음으로 떠난 여행길입니다.
발령장을 받고 새 부서로 첫 출근을 해야 하는 날 나는 제주도에서 비 오는 아침을 맞은 것입니다.
발코니에 나가보니 초여름 공기가 싱그럽습니다.
비도 보슬비로 바뀌었습니다.
우산을 챙겨 들고 숙소에서 멀지 않은 사려니 숲길로 아침 산책을 나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길에는 나무들과 새들뿐입니다.
신발과 바짓단이 젖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숲에는 이따금씩 들리는 새소리와 내 발자국 소리뿐 고요함 만이 깃들어 있습니다.
지난밤의 세찬 비바람에 풀잎들이 모두 누었습니다.
"풀잎처럼 눞다"
대학 때 읽은 박범신의 소설입니다.
내용은 없고 제목만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책입니다.
숲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이 풀잎처럼 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