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항...
잔뜩 흐린 날씨에 후덥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냥 떠난 여행길,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해변을 따라 걸어봅니다.
허름하고 간판이 정겨운 식당을 찾아들어갑니다.
제주도에 사는 조카가 안내한 식당입니다.
고등어 회를 주문해서 먹는데 천하일미입니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고등어입니다.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니 당연히 감칠맛이 최고이고 살점이 너무 부드럽습니다.
전혀 비리지가 않습니다.
첫 번째 한 점은 그냥 된장에 살짝 찍어 먹어봅니다. 고등어 자체의 맛을 최대한 느껴보기 위함입니다.
두 번째부터는 식당에서 가르쳐준 대로 생 김에 야채무침을 올리고 고등어를 갈치 속 젖에 찍어 쌈을 싸서 먹었습니다.
갈치 액젓의 꼬리함과 고등어가 어우러져 입안을 황홀하게 감싸줍니다.
고등어는 쉽게 죽고, 빨리 상합니다.
성질이 급해 그물에서 건져내자 마자 죽어 버리고 수압이 약한 바다의 윗쪽에서 살기 때문에 살이 연합니다.
살에는 지방이 많고 내장에는 효소가 많아서 부패가 빠릅니다.
싱싱한 고등어를 접하기 어려운 이유 입니다.
그래서 고등어는 주로 염장을 하는 것이지요.
고등어가 이런 맛이었군요.
상하기 쉬운 생선이라 주로 간고등어구이나 조림으로 먹을 때도 참 맛있는 생선이긴 하지만 고등어의 참 맛은 따로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나는 글을 쓰면서 식당 이름을 소개하지는 않지만 이 식당은 제주도에 가시면 꼭 한번 들려서 싱싱한 고등어회를 드셔 보시라고 알려드립니다.
모슬포항 "미영이네 식당"입니다.
회를 뜨고 남은 머리와 자투리로 끓인 서더리탕도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빨간 매운탕이 아닌 들깨 국물 같은 걸쭉한 국물에 끓여 내었는데 들깨 국물은 아니라고 식당 벽에 붙여놓았습니다.
얼큰하지가 않아서 그래서 비릴 것 같아서 숟가락이 선뜻 가지를 않았는데 결국은 고소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의 맛에 반해 한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마침 모슬포 5일장이 섰습니다.
재래시장은 더구나 5일장은 오래간만 이군요
온갖 생선과 채소들, 신발가게, 옷가게 북적거리는 사람들.. 옛날에 흔히 보던 풍경인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신기합니다.
잠잘 때 입으려고 5천 원짜리 몸빼바지를 하나 샀습니다.
잠시 일상을 떠난 자유로움과 홀가분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