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아홉 생일

by 이종덕

마흔 살 생일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청춘의 경계선을 넘어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뭔가가 달라진다는 아니 달라져서 진정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함을 느꼈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부모님을 모시며 공룡과도 같은 사회와 한판 붙어야 한다는 각오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말 쉰아홉의 생일을 보냈습니다.

마흔 살 생일 때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한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과 연로하신 부모님 그리고 나와 함께 늙어가는 아내와 얼마 남지 않은 직장생활..,

몸과 마음의 변화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무엇보다도 나도 어쩔 수 없이 영감탱이가 되어버리는구나 하는 복잡한 심경에 그리 편치만은 않은 생일을 지냈습니다.


어느새 여기까지 왔을까?

졸다가 내릴 정류장을 지나처 화들짝 놀란 것처럼 깜빡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버린 것 같습니다.

시간을 도둑맞은 것 같습니다.


아내가 끓여준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차 마시고 책 읽으며 여느 주말과 다름없는 편안한 주말 오전을 보냈습니다.

86세 되신 어머니가 축하한다고 전화를 주셔서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습니다.

점심때쯤 딸과 사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귀한 선물인 손주녀석이 찾아왔습니다.

그 순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손주의 재롱을 보고 뒤엉켜 놀아주느라고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아이들과 함께 남한강변으로 차를 몰아 경치가 좋은 식당에서 밥 먹고 최순실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손주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며 마음속에 순응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나버린 시간만큼이나 귀한 것들을 많이 얻게 되었음을, 그리고 여기까지 참 잘 왔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된 것이지요.


인생 2 모작 이라든지 100세 시대라는 말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이제껏 살아왔던 것과는 전혀 달라질 미래를 순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이 건강한 후반전이 되어야 되겠지요,


매일매일 미래와 과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삶을 살아야 함을 느낀 쉰아홉의 생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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