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오피아 시다모와 수제쿠키

by 이종덕

봄같이 나른한 겨울 오후입니다.


건축사 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회사 앞 커피집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모처럼 한가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 지랄 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친구는 내가 연구원의 신축건물을 지은 것이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을 했다며 격려해주고 기특하다고 했습니다.

전문가가 그렇다고 하니 어려운 일을 한 것이 맞긴 한 것 같습니다.


커피집에서 친구는 예가체프를 나는 이디오피아 시다모를 주문했습니다.

전에도 한번 소개했지만 예술에 전당 아쿠아 육교 골목에 있는 "고종의 아침"은 꽤 괜찮은 커피집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디오피아 시다모는 깊고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영국 사람들은 시다모를 "커피의 귀부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디오피아의 커피세레모니 사진입니다. 바닥에 풀을 깔고 송진을 태워 연기를 피운 후에 커피생두를 철판에 배전하고 절구로 빻아 커피를 내려 손님에게 대접합니다. 한시간 동안 세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커피와 함께 나오는 갓 구워내어 말랑말랑한 수제 쿠키도 참 맛이 있지만 나는 커피의 맛에 방해를 줄 것 같아서 커피를 다 마신 후에 먹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친구는 더 반갑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친구와의 담소는 커피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 줍니다.

커피를 마시며 이디오피아 시다모가 친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 넘어가기 전에 소주 마시기로 약속을 하고 돌아서는 친구를 바라보며 이 녀석이 집을 지으며 힘들어했던 내 페이스북의 글을 읽고 일부러 찾아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묵직해지고 반면에 소리 없이 자상 해지는 친구가 부럽고 든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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