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60

by 이종덕

우리나라 나이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을 먹습니다.

12월 31일에 태어나면 다음날 두 살이 됩니다.

그래서 이제 누가 나이를 물으면 60이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새해 인사를 드리는데 어머니도 그러셨습니다. "아범아 네가 어느새 60이 되었구나"라고


어쨌든 나는 올해 60이 되었습니다.

느낌이 없습니다. 그리고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내가 예순 살이라니...

되돌아보면 순탄하게 온 것 같은데, 성실하게 열심히 온 것 같은데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땅에 평범한 예순 살들이 그렇듯이 가정 이루고 애들 키우고 시계 부랄처럼 회사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느새 60이 되어버렸고 내 미래는 빈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막막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그나마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랄 같은 직장생활을 30년 넘게 버틴 나 자신이 장하기도 하고 여태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기 좋은 말로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지나온 길을 다시 시작하라면 못할 것 같습니다.

가슴 아픈 이별, 실패의 쓰라림과 수많은 갈등, 슬픔, 고통..... 엷어지다가 잊히니까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 비관적이긴 하지만 지금 현재가 좋다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새해를 맞으며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는 세월의 무게였던 것 같습니다.


내 노트북에는 오래전부터 계획한 퇴직 후 전국 자전거 여행에 대한 코스와 정보들이 빽빽이 입력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틈 날 때마다 업그레이드하고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햇빛 쏟아져 반짝이는 섬진강길과 벚꽃 날리는 진해 남강변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내 모습을 상상합니다.

시골장터에서 국밥을 사 먹고 허름한 여인숙에 여장을 풀고 발을 씻기도 할 테지요. 갑자기 내리는 비에 온몸이 홀딱 젖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기도 할 것입니다.

어떤때는 일몰의 고개길을 넘으며 상념에 젖어들기도 하겠지요.

지나온 내 삶처럼 내 자전거 여행은 어렵기도 하고 성취감을 주기도 할 것입니다.


요즘 들어 내 마음속에 자꾸만 들어오는 생각...

"오늘을 살자 그리고 내 삶을 살자" 입니다.


그렇게 살면, 그런 마음이면 내 인생 후반전이 그렇게 후지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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