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키스와 버터 커피

by 이종덕

자갈치시장에서 35년 동안 생선을 팔고 계신 할머니가 장부 귀퉁이에 틈틈이 쓰신 시가 소개되었습니다.

간신히 한글을 깨치셨고 자식들 뒷바라지하시느라 청춘을 다 버리신 분인데, 이제 몸은 늙고 몸과 마음이 다 쇠하셨는데 할머니의 시를 읽으며 그분의 감성에 그리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랑의 마음에 감동을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에게도 감성이 남아있기는 한 걸까?

에고 주책이야... 이 나이에 무슨... 이렇게 생각을 했었지만 나이를 먹었다고 감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깊은 회한과 아쉬움이 더해진 순도 높은 감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겨를이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세월이 훌쩍 지나가버려 노래 가사처럼 여기까지 와버린 내 모습이 생소합니다.

여전히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아침에 단 5분의 잠이 아쉽고 주말의 휴식이 기다려지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성 들여 면도를 하고 스킨과 로션을 챙겨 바르고 새하얀 셔츠에 양복과 어울리는 넥타이를 골라 메고 하던 일이 어느 결에 다 생략되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사무실 옷장에 콤비 재킷과 넥타이 하나를 걸어두고 면바지에 회사에서 지급해준 점버가 출퇴근복과 근무복을 겸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아침마다 왜 회사를 그러고 다니냐고 바가지를 긁어 대지만 몸은, 마음은 자꾸만 귀찮은 것을 피하게 되고 편하고 대충대충 넘어가는 쪽으로 쏠립니다.


자갈치 시장 할머니의 시를 읽으며 내 감성을 찾아보았습니다.

꽁꽁 숨어있을 뿐이지 마음은 그대로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지요...

내가 못 느꼈을 뿐이지 여전히 음악을 들으며 함께 들었던 사람을 떠올리고 멜로 영화를 보면 감정이입이 되어 사랑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감성이라는 것은 마르지 않는 우물입니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만 있으면 얼마든지 퍼낼 수 있는 누구의 마음에나 무한하게 있는 마음속의 우물입니다.


내가 이글의 제목으로 정한 "사탕키스와 버터 커피"는 몇 해 전에 김태희와 이병헌이 나왔던 "아이리스"에 나왔던 수많은 연인들이 부러워하며 따라 했던 명장면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키스를 하며 사탕을 넣어주고, 또 다른 여인은 뜨거운 커피에 버터를 녹이며 소유할 수 없는 남자를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풍경이었습니다.

그런 장면을 보며 마음이 설렘은 내 심장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겠지요.


체면 차리지 말고, 앞서 늙어가지 말고, 안 그런 척하지 말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리고 숨겨져 있던 감성이 마음껏 표출될 수 있도록 그렇게 사는 삶이 아름다운 삶임을 느낍니다.

생선 좌판 귀퉁이에서 연필로 시를 쓰시는 할머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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