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역 뒷골목에 조그맣고 허름한 아바이 순대집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작고하신 P회장님은 고향이 함경도 흥남이신데 내가 다니는 회사의 회장님으로 계실 때 종종 저를 데리고 이곳을 찾아 소주잔을 기울이곤 하셨습니다.
회장님은 이 집에서 만드는 순대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먹던 순대와 거의 똑같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와 친구들을 먼저 보내시고 술친구가 없다며 적적해하시곤 했고 고령의 연세에 고향생각을 하시며 이곳을 찾으셨던 것 같습니다.
돼지고기 편육 몇 점과 순대 그리고 술국을 안주로 고령이심에도 소주를 두어 병씩 거뜬히 드시곤 했는데 옆에서 말동무를 해드리다가 늘 내가 먼저 취해버려 횡설 수설 하면 쯧쯧... 젊은 사람이.. 하시며 오히려 재미있어하셨습니다.
회장님을 모시고 다니다가 나도 단골이 되어버렸고 아바이순대의 참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함께 아바이순대집을 찾았습니다.
고기와 순대 그리고 순댓국까지 1인분에 5천 원의 착한 가격입니다.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깔끔한 맛의 편육과 쫄깃하고 찰진 순데의 맛은 변함이 없더군요.
주인아주머니가 나를 금방 알아보시고 요즘 왜 회장님이 안 오시냐고 안부를 물어 돌아가셨노라고 얘기했더니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큰 회사의 돈도 많고 유명하신 분이 우리 집 같이 허름한 집에 오셔서 소박한 음식들을 맛있게 드시고 늘 칭찬을 해주셨다고 회장님을 추억합니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오늘은 그냥 가라고, 회장님께 식사 한 끼 대접한 셈 치겠다고 따뜻한 정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회장님은 갈 수 없는 고향을 대신해 고향 음식을 찾으셨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