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by 이종덕

지난 주말에는 현관문 밖에도 안 나가고 집에서 꼼짝도 안 했습니다.

베란다에서 내다보니 미세먼지도 심한 것 같고 몸살 기운도 있어서 그냥 푹 쉬었습니다.

온종일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책 뒤적거리며 한껏 게으름을 피워봤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마누라가 어디 가자고 안 해서 좋습니다.

자거나 말거나, 먹거나 말거나 그냥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대화라고는 "커피 줘"와 "직접 내려서 드셔" 두 마디뿐이었습니다.

다툰 것도 아닌데....

가만히 지켜보니 남편이 있던 말던 마누라는 평일에 하던 대로 청소기 돌리고 세탁기 돌리고, 화분에 물 주고 딸네 집에 가져다줄 밑반찬 만들고 TV 보며 자신의 일상 패턴을 그대로 하는 듯 보였습니다.

나는 끼어들 틈이 없어 빈둥거리고, 온종일 집에 있는 것이 익숙지 않아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더군요.


편안함과 평안함은 같은 것 같아도 조금 다릅니다.

편안함의 반대는 불편함이고 평안함의 반대는 불안함이기 때문입니다.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고 곧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불안함은 마음에 평정심을 잃게 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이제 오래지 않아 퇴직을 해야 할 텐데 내게 다가올 새로운 삶의 패턴에 대하여 살짝 불안함이 다가옴을 느꼈습니다.

마누라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불편한 존재가 되지 않도록 미리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정이라는 익숙한것 같지만 낯설기도 한 울타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조금씩 다가서야 할 것 같습니다.

진정 평안하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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