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숲을 걷다.

by 이종덕

어제 내린 비로 신록이 짙어졌습니다.

숲은 생기가 돌고 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아침마다 갈등을 합니다.

이른 출근을 해서 회사 앞 우면산을 오를 때마다 산책길을 나설까 말까 잠시 망설이는 것입니다.

약간은 귀찮은 마음이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냅니다.

"약간 몸살 기운이 있어", "산꼭대기에서 똥이 마려울지도 몰라", "감기 걸리면 고생해"..

그러면서도 어지간하면 길을 나서고 숲 속 길을 접어들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뿐입니다.


책을 통해서 보면 좀 이름이 있다 하는 철학가들은 산책을 즐깁니다.

사실 말이 좋아 철학가지 대체로 또라이에 가까운 이들은 산책을 통해 담론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동떨어진 곳에서 혼자 길을 걸으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철학을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다고 하고 칸트도 마찬가지였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궤테나 헤겔.. 이런 사람들이 돌아다닌 "철학자의 길"이 있을 정도로 철학가 들은 돌아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침마다 우면산 숲길을 돌아 확 트인 예술의 전당 광장을 가로질러 산보를 다니는 나는 철학가 근처에도 못가는 사람이지만 혼자만의 길은 현실을 잠시 떠나게 하고 마음을 순수하게 합니다.


산 아래 세상은 시끄럽고 복잡하기만 합니다.

사거리마다, 지하철 입구마다 선거유세로 북새통이고, 북핵문제, 경제문제, 국론분열..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숲은 아랑곳없습니다.

때맞춰 꽃 피우고 바람 불고 비 맞으며 깊어지고 숲의 철학을 만들어 갑니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도 숲은 사람들을 비웃습니다.

뭘 그리 복잡하게 살아가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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