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by 이종덕

40년 지기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점심시간 무렵인데 지나는 길이라며 차나 한잔 하자고 전화가 온 것입니다.

워낙 오랜 친구고 언제라도 만나는 친구여서 우리 사이는 그냥 무덤덤합니다.

만나도 별로 반갑지도 않고 서로 살갑게 굴지도 않습니다. 그냥 내 삶의 한편에 늘 당연히 존재하는 그런 친구입니다.


회사 현관에서 만나 담배 한대 피우며 별일 없지? 사업은 좀 어때... 하며 별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다가 기왕에 점심때도 되었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평소에 그 답지 않게 뭘 먹을지 묻지도 않고 나를 식당으로 이끌었습니다.

교대 후문 근처의 꽤 이름난 설렁탕집인데 조금 이른 시간임에도 손님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식당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 다른 집으로 가자해도 막무가내로 기다리자고 해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살코기도 많이 들어있고 도가니도 들어있는 특 진곰탕으로 점심을 든든히 먹었습니다.

모르는 척했지만 친구 녀석은 내게 든든한 밥 한 끼를 사주려고 일부러 온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입원으로 내가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을걸 짐작하고 염려하여 찾아온 것입니다.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합니다.

요즘 들어 희미한 첫사랑의 그림자가 마음을 흔든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답니다.

한가한 생각하고 있다고, 네가 배가 불러서 그래... 하며 핀잔을 주었지만 사실은 나도 이따금씩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친구 그리고 말은 안 했지만 속 깊은 점심한끼의 배려, 무슨 말이든 속내를 편히 드러낼 수 있는 평생을 함께한 편안함.


친구와 헤어지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초여름의 싱그러운 바람이 온몸을 감싸 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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