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홍성군 광천읍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서울에서 2시간이면 넉넉하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이 하루 종일 걸리는 일이어서 하룻밤을 자는 것으로 출장 계획을 세웠다.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다가 가을 하늘처럼 맑다가 날씨가 종잡을 수가 없다.
국도를 들어서니 가을이 고개를 내미는 듯도 하다.
햇살도 바람도 그리고 창밖의 풍경도 왠지 조금 다르다.
홍성에 여장을 풀고 광천으로 이동하여 내일 해야 할 일 들을 체크하고 준비를 마치고 나니 온몸이 땀이고 허기도 몰려온다.
이제 오늘 일정은 함께 내려온 직원들과 저녁 먹고 소주 마시는 일이 남아있을 뿐이다.
광천에서 20분만 가면 천북면 남당항이다.
새우, 새조개, 꽃게.... 풍성한 해산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고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남당항 입구 어귀에는 9월 초에 대하, 새조개 축제가 열린다는 현수막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다.
한 보름 정도 제철보다 빨리 온 것 같다.
그런데 한산하고 조용해서 오히려 더 좋다.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식당의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늦여름 저녁 낙조가 황홀하다. 휴가 못 간 여름을 오늘 보상을 받는 것 같다.
구이용 대하와 생으로 먹을 대하를 구분해서 넉넉히 시켰다.
주인이 자연산 대하는 아직은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자연산이면 어떻고 양식이면 어떤가. 싱싱한 새우의 점프력이 엄청나다.
맥주컵에 얼음 3/1 , 거기에 소주 반 병을 붙고 2/1 티스푼의 와사비를 넣어 잘 섞으면 시원하고 풍미가 좋은 와사비 소주가 된다.
내가 회를 비롯한 해산물을 먹을 때 즐겨 먹는 소주인데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첫 잔은 생새우를 안주로 원샷을 했다.
좋다.
알코올기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대하 소금구이가 익어가고 이제 창밖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소금기를 잔뜩 품은 끈적끈적한 해풍이 불어온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하며 소주병을 비웠다. 그 많던 새우도 자취를 감추었다.
새조개를 넣은 칼국수로 마무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술기운에 한 번도 안 깨고 푹 잤다.
약간에 갈증이 있을 뿐 숙취 없이 몸이 가볍다.
광천 농협에서 장소를 빌려줘서 이른 시간부터 일을 시작했다. 이제 내가 별로 필요 없는 시간이 되었다.
광천읍내를 슬슬 돌아다녀 본다.
전형적인 시골 읍내의 모습이다. 농협, 우체국, 읍사무소... 가 있는 곳이 중심지일 텐데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한가하다.
한참 때 3만 명이 넘던 인구가 만 명이 채 안된다고 하니 요즘 시골의 사정을 알 것 같다.
그래도 이곳은 광천김이라는 최고의 지역브랜드가 있고 광천 토굴젓갈도 유명한 지역인데...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마땅치가 않다.
직원들과 함께 광천 토굴 젓갈시장을 구경해 보았다.
그러다가 시장통에서 정말 끝내주게 맛있는 점심밥을 먹게 되었다.
시장을 어슬렁 거리다가 영감님 서너 분이 막걸리를 드시고 있는 작은 밥집을 만났다.
꽁보리 열무 비빔밥에 반찬은 막 버무려 낸 겉절이 한 가지뿐이다.
생고추를 돌절구에 빻아 절구 안에서 배추를 버무려 준다.
세상에 이런 맛이....
열무김치도 딱 알맞게 시큼하다.
커다란 양푼에 보리밥을 비벼서 각자 미친 듯이 퍼먹었다. 맨입에 먹어도 맛있는 겉절이를 세 번이나 더 달라고 했는데 할머니는 그렇게 맛있느냐고 웃으시며 마구 퍼주신다.
셋이서 실컷 먹고 12,000원 내고 나왔다.
밥사먹고 주인에게 미안해 보기는 처음인것 같다.
오후일 잘 보고 식구들에게 맛 보여줄 명란젓과 오징어젓 등 몇 가지 젓갈을 샀다.
짧은 출장이 맛있는 여행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