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Bucket List 중 하나인 손주 녀석과 온종일 단둘이 놀기를 실천했습니다.
그동안 아이가 너무 어려서, 시간이 없어서 못했었는데 손주가 웬만큼 커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체험관에도 함께 가고 맛있는 점심도 먹고 장난감도 사줬습니다.
연차휴가를 내어 손주와 함께 간 천마산 깊은 산속 공룡 체험관에는 평일이어서 관람객은 우리 둘 뿐이었고 나는 졸지에 체험관을 통째로 전세 낸 능력자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이제 네 돌이 막 지난 손주는 그림책에서만 봐왔던 거대한 공룡의 모습을 보며 놀라워했고 신기하게도 공룡의 이름을 줄줄이 다 알고 있었습니다.
공룡 모형 뼛조각을 조립하느라 안경을 썼다 벗었다 고생을 하고 공룡이름을 몰라서 손주에게 바보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요 녀석과 함께 있으면 나는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고 흐물흐물 연체동물이 되어 버리는 느낌입니다.
영락없는 할아버지의 모습입니다.
하루 종일 엄마도 찾지 않고 조금도 힘들게 하지 않으며 할아버지와의 데이트를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이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이뻤습니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하늘은 높고 햇살은 따갑습니다.
고추잠자리를 보며 내가 어릴 때, 그 초가을의 풍경이 느껴졌습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대나무 잠자리체를 들고 벌판을 뛰어다니던 유년의 기억을요...
이제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손주 녀석이 더 성장하고 내가 조금 더 늙으면 오늘 같지는 않을 테죠.
한두 살 더 먹으면 할아버지와 노는걸 시시해할 테고 나는 나대로 힘이 빠질 테니까요.
손주를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피곤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마음은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