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커리?

by 이종덕

어릴 때 카레라이스는 양식이었다. 돈가스와 함께...
그리고 아주 특별한 날의 외식메뉴였다.
그러다가 오뚜가와 S&B라는 식품회사에서 노란 카레가루를 알루미늄 봉지에 담아 팔기 시작했다.
포장지 뒷면에 자세한 조리 방법과 함께....

그러면서 카레는 인스턴트 식품의 대표주자가 되었고 캠핑 가서 간단하게 해먹는 그야말로 대중음식이 되어버렸다.
주부들도 마땅히 찬거리가 없거나 밥하기 귀찮을 때 큰 힘 들이지 않고 뚝딱 뚝딱 만들어 내놓는 음식이 되었다.
그나마도 요즘은 봉지째 데워서 밥 위에 쭉 짜 올려놓기만 하면 되지만...
어쨌든 감자와 당근과 양파를 썰어 볶다가 돼지고기를 넣고 카레가루를 물에 잘 개어 냄비에 넣고 물을 부어 끓이는 샛노란 카레라이스를 캠핑 가서 한두 번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싶다.

그런 추억 돋는 음식 카레가 몇 년 전부터 그 이름이 커리로 바뀌면서 곳곳에 커리 전문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고급화되기 시작했다.
색깔도 좀 더 진해졌고 농도도 걸쭉하여지고 건더기도 아주 실해졌다.
요즘은 오히려 옛날 대충 대충 만들어 먹었던, 거기에 김치 한 접시면 금상첨화였던 그 카레라이스가 먹고 싶기도 하다.



회사 앞에 탁자 서너 개 놓고 볶음밥이나 쌀국수 같은 퓨전음식을 만들어 파는 "마실"이란 조그만 음식점이 있다.
이집은 어찌 어찌하다가 점심시간 넘기게 되었을 때 혼자 가기 좋은 그런 집인데 내가 간간이 이집을 그나든지 10년이 훌쩍 넘은 것 같다.

볶음밥 위에 카레가 아닌 커리일 것 같은 소스를 듬뿍 올려주고
언젠가 태국여행 때 먹어보았던 중간 크기의 게를 통째로 튀겨서 곁들여주는 이름도 모르겠는 그냥 9번 요리가 이집에서의 내 주메뉴이다.
오늘은 사장이 오랜만에 왔다고 반가워하며 밥을 절반쯤 먹었을 때 큼지막한 칠리소스 새우 한 마리를 슬며시 테이블 위에 놓고 간다.
외톨이지만 훌륭하고 따뜻한 점심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