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추석 풍경

by 이종덕

추석의 풍경이 예전과 많이 다릅니다.

유래 없는 긴 추석 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외국으로 여행을 떠났고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 관광지도 숙박업소가 동이 났다고 합니다.

일가친척이 다 모여서 음식 장만하고 차례 지내고 성묘 가는 일이 점점 간소해지고 생략되는 경향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도 명절을 맞는 느낌이 해가 갈수록 달라짐을 느낍니다.

내 나이도 60이 되었고 아버지는 90세, 어머니는 85세가 되셨습니다. 생각 안 하려 해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부모님과 명절을 함께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 추석은 형님 집에서 모이지 않고 형이 7년 전에 은퇴하고 강화도에 마련한 조그마한 농장에서 추석을 맞이 했습니다.

엄청나게 큰 고려저수지 바로 앞에 있는 형의 농장은 풍광이 수려합니다.

밭 한편에 천막을 치고 식탁을 마련하여 추석 음식이 아닌 고기와 해산물로 바비큐 파티를 하며 차례를 대신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승낙을 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형수님과 아내는 전 부치고 음식 장만하는 일에서 벗어나 조금은 편안하게 추석을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도 모처럼 나들이에 자식들과 손주들이 다 모여서 먹고 마시며 노는 모습을 보며 흡족해하셨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부모님이 1,4 후퇴 때 피난 내려와 살다 정든 곳이 강화도입니다.

부모님께는 제2의 고향이고 형과 나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잔뜩 묻어 있는 곳이 강화도입니다.

그래서 형은 은퇴 후에 그곳에 농장을 마련한 것 같고 부모님도 강화도에 오는걸 좋아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5년 전에 30년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산소를 없애셨고 유골을 화장을 해서 두 분의 고향인 개성이 가까운 강화도 앞바다에 뿌려 드렸습니다.

아마도 아버지 생각에는 늙어가는 아들들이 산소관리를 제대로 안 할 것 같고 그럴 바에는 고향 앞바다에 모시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신 것 같습니다.

나는 늘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용단을 내리신 아버지께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애를 쓰던 장조카가 결혼한 지 5년 만에 아이를 갖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연로하신 아버지는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나는 형보다 손주를 먼저 보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종손을 기다리고 계셨는데 기쁜 소식에 온 가족 모두 축하를 하며 기뻐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강화도의 "속 노랑 고구마"는 달고 부드럽습니다.

형은 여름 내내 고구마 밭을 돌보며 잘 관리를 해 놓았고 능력껏 각자 고구마를 캐서 가져가라고 합니다.

낫으로 고구마 줄기를 쳐내고 호미로 고구마를 캐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 힘이 들고 어려웠습니다.

호미질을 잘못해서 고구마가 끊어지거나 상처가 나기도 하고 깊이 묻힌 씨알 좋은 고구마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특별했던 추석

자동차 트렁크에 고구마 두 박스를 싫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48번 국도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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