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연휴가 끝났습니다.
푹 쉬었으니 몸이 가벼워야 하는데 천근만근입니다.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집이라는 공간에 머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평생을 일을 했지만 퇴직 후에 어떤 보상이나 대접을 바라서는 안 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장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을 해온 것이고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하루 세끼를 다 찾아 먹으려 하면 안 됩니다.
"아점"과 "점저"로 끝내야 합니다. 그나마도 한 번은 내 손으로 해결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내가 종일 집에 있는 게 어색한 것처럼 아내도 낮에 집에서 빈둥거리는 남편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아내를 부르는 일을 한 번이라도 줄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안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 속속들이 파악해야 합니다.
지금은 공구가 어디 있는지, 청소도구는 어디 있는지 계란 프라이를 하나 하려 해도 팬과 식용유가 어디 있는지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자꾸만 아내를 호출하게 됩니다.
대화를 오래 해서는 안 됩니다.
반평생을 함께 살았음에도 생각과 판단이 너무 많이 다릅니다.
직장과 가정이라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서 대화는 언쟁으로 바뀌고 맙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믿음 아닌 믿음 때문에 서로 잘 이해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이제껏 살아왔던 대로 살면 되는 것이고 퇴직을 한 나는 아내의 삶에 어줍지 않게 끼어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범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적 독립을 해야 합니다.
벌어놓은 돈은 없지만 일을 더 할 생각은 없습니다.
뭔가 준비를 잘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놓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은퇴 후의 삶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노력을 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