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생각

by 이종덕

오늘 아침 출근길은 제법 쌀쌀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파고들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晩秋...
가을이 무르익었습니다.
33년 동안 출퇴근하며 오르내린 방배동 언덕길... 늘 똑같은 모습으로 계절을 맞이합니다.
노래 가사처럼 젊은 날엔 젊음을 몰랐고 그때는 언덕길 가을 풍경의 느낌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한줄기 스산한 바람이 불어 낙엽들이 떼 지어 몰려갑니다.
방배역에서 회사까지의 거리가 점점 더 길어집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회사 앞 커피가게에 핼러윈 호박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 10월 31일이 핼러윈 데이랍니다.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를 오늘 벌써 두 번 들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에 마지막 밤을..." 뭐 이런 가사 때문인 거죠. 그런데 원래 가사는 9월에 마지막 밤이었는데 앨범 발매 스케줄이 늦어져서 갑자기 10월로 바꿨다네요.
노래 가사가 별 의미 없이 바뀐 것이나 핼러윈이나 우리에겐 별 의미가 없지요.


문득

한때 집착했던 일, 걱정했던 일, 아등바등했던 일들이 한참을 지난 후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되어버렸음을 느낍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삶에 모습이 많이 바뀌어져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아버지 정기검진에 병원에 동행하고 댁으로 모셔다 드리는 길에 점심 사드리고, 손주 녀석 치과치료 다섯 번 잘 받았다고 약속한 장난감 장난감을 사주었습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밑반찬을 만들어 한 보따리는 딸 집에 한 보따리는 부모님 댁에 보내주는 일이 정례적인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은 이런 일들이 나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