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내 생일이 있었습니다.
한국 나이로 60세가 되었고 육순을 맞이한 것입니다. 육순은 耳順이라고도 하는데 비로소 듣는 대로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제야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지요.
온종일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으로 생일 메시지가 들어왔고 오후에는 사무실 직원들이 마련해준 케이크를 자르며 생일 축하를 받았습니다.
주말에는 딸과 사위가 밥도 사주고 선물도 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사랑스러운 손주와 가족들이 함께하는 식사자리는 가장 행복하고 기쁜 시간이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일선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순이라는 나이가 와 닿지 않고 "어느새"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도는 생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마음속에서 사라진 감정 하나, "설레임"이라는 것을 찾아내었습니다.
그토록 떨리고 아련한 첫사랑과도 같은 달콤한 감정 설레임... 그걸 잃어버린 것입니다.
매사에 심드렁하고 크게 기쁠 것도 애타게 슬플 것도 없는 심장이 딱딱해진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그리 편치만은 않은 생일이었습니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에 내 나이를 대입해 보면 나는 지금 자아통합과 절망이 갈등을 하는 시기이고 노년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지난 삶을 통합하고 그 안에 의미를 찾아가는 발달과업이 남아있는 그런 나이인 것입니다.
"어느새"라는 생각을 "아직도"로 바꾸고 아직도 남아있는 발달과업에 충실하다 보면 설레임이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