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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Feb 04. 2018

낙지 탕탕이와 해물탕

연일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 있었나 싶다.

하긴 나 어렸을 때는 한강이 꽁꽁 얼어 한강대교 밑에서 스케이트를 탔던 기억이 난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며 온몸이 으슬으슬 춥다.

아내에게 뜨겁고 시원한 해물탕으로 몸을 데우고 집에 가자하니 점심을 차리기 귀찮았는지 냉큼 그러자고 한다.

참 아이러니하게 해물탕은 뜨거운데 통쾌하게 시원하다.

해물탕이 끓는 동안 낙지 탕탕이를 한 접시 주문하여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예배드리고 곧바로 소주라니...

낙지다리는 썰어서는 안되고 도마 위에서 탕탕 내리쳐야 깔끔하게 잘린다.

그래서 탕탕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을게다.

"하루키의 일상 여백"을 보면 미국에서는 산낙지를 탈수기에 돌려버린다고 나와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잔인한 방법인 것 같다.

어쨌든 고소하고 씹히는 촉감이 죽여준다.

해물탕이 끓기 시작했다.

전복과 문어 키조개와 각종 조개가 익어간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너무 오래 끓이면 질겨지고 빨리 먹으면 비리다.

백합조개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어느새 웃옷을 벗었고 콧등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창밖에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추위는 남에 일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소주를 반 병쯤 마셨는데 더 이상 당기질 않는다.

혼자 마셔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그만 병마개를 막아 버렸다.

집에 돌아오는 길.

운전하는 마누라 옆에서 깜빡 졸았다.

한결 추위가 가셨다.


남은 휴일 오후 낮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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