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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Feb 19. 2018

설에 굶주려 베이징 덕을 먹다

설이나 추석 연휴를 지내다 보면 집에 먹을 게 없습니다.

세태가 바뀌어 요즘은 특별히 명절 음식을 마련하는 것도 아니어서 올 설날 아침에도 20분 거리에 있는 형집에서 부모님 모시고 함께 식사하고 세배드리고 커피 마시며 평창올림픽 중계방송 보다가 집에 돌아와 낮잠을 잤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예전에는 형수님이 전이나 고기, 잡채 같은 남은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셔서 연휴 동안 먹곤 했는데 딱 한 끼 분만 먹을 만큼 준비해서 먹고 치우니 형수님께 미안한 마음도 덜 하고 간소해서 좋기는 좋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출출한데 먹을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평소처럼 국 끓이고 반찬 만들어서 밥 먹자고 하기엔 아내에게도 미안한 일입니다.

라면으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해장국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건너뛰기도 하고 치킨을 시켜 먹기도 하며 대충대충 끼니를 때웠습니다.

연휴를 끝내고 출근을 했는데 기름진 음식이 당깁니다.

속이 허했나 봅니다.

직원들과 함께 조금 이른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회사 근처에 베이징 덕을 하는 중식당이 새로 생겼는데 한번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오늘 가보았습니다.

바삭바삭하고 고소하고 간이 알맞습니다.

몇 년 전 북경에서 맛보았던 오리지널 베이징 덕 보다 더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름기를 잘 빼내어 느끼하지도 않고 차가운 맥주와 참 잘 어울립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명절 전에 연휴 동안 먹을 것을 미리 준비를 해 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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