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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Apr 13. 2018

목숨을 건 김치찌개

사무실 근처인 서울고 맞은편 골목 길안에 김치찌개만 단일 메뉴로 파는 집이 있습니다.

간판에 써져 있는 "김치찌개에 목숨을 걸었습니다"라는 문구에 홀려 한번 들어갔다가 점심시간에 자주 들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목숨을 걸고 만들었을 만큼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제대로 끓였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는 됩니다.


김치찌개는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거의 소울푸드입니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김치찌개와 김 그리고 계란 프라이 삼종세트만 있으면 맛있고 훌륭한 한 끼가 됩니다.

김치찌개의 맛은 적당히 잘 익은 김치가 절대적이지만 질 좋은 돼지고기도 한몫을 합니다.

당연히 냉동된 고기를 쓰면 누린내가 나서 고기도 맛이 없고 국물 맛을 버리기 때문에 생고기를 써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돼지고기의 전지 부위(앞다리 살) 넣는 것이 비계가 적어서 국물이 담백하고 고기도 고소합니다.

김치찌개는 먹다가 남은 것을 다시 끓이면 더 맛이 있어집니다. 이런 음식 별로 없습니다.

나는 평생 세 여자에게 밥을 얻어먹고 살았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아내입니다.

그래서 김치찌개는 추억이기도 합니다.


어제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함께 커다란 양푼에 푸짐하게 끓인 김치찌개를 먹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봄 날씨 치고는 쌀쌀했지만 코끝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습니다.


만약에 김치찌개를 한 일 년 정도 못 먹는 경우가 생긴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김치찌개가 먹고 싶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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