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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May 14. 2018

바다를 통째로 먹는 맛

지난주 봄비 치고는 세차게 비가 내리던 저녁 갑작스럽게 소주 멤버가 구성되었다.

미리 날짜를 정하고 누구누구랑 함께 뭘 먹을지 정하다 보면 파투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급조된 술자리는 확실하다.


비 오는 저녁이니 고기를 구울까 하다가 비 오는 날 생선회는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어 잠시 망설이기는 했지만

최근에 알게 된 방배동 참치집에서 제대로 참치를 먹는 것으로 의견이 통일되었다.

아무래도 고온 다습하면 생선이 상하기 쉽긴 하겠지만 요즘이야 유통과정부터 보관, 조리를 위생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생선회와 날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가격이 좀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기왕에 먹는 거 제대로 먹자는 생각에 각자 나누어 내는 걸로 합의를 하고 제법 큰 혼마구로 머리를 하나 골랐다.

생선은 대가리가 맛이 있다는 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주방장이 직접 들고 와서 참치 머리를 해체하며 즉석에서 받아먹는 천정 살, 정수리 살, 눈밑 살, 아가미 살의 맛은 정말 일품이다.

부위에 따라 고소하고,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고 이게 한 마리의 고기에서 나왔나 싶게 다양한 맛이다.

참치 머리 구석구석에 이런 맛들이 숨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굳이 총평을 하자면 바다를 통째로 먹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소주병은 한없이 늘어나는데 주방장이 서비스로 준 오도로라고 불리는 대뱃살 몇 점의 기름기가 맥주를 부르게 해 결국은 일행 모두 만취를 하고 말았다.

취중에 찍은 사진이 엉망이다. 주방장이 부위별 이름을 알려주었는데 어떤 게 어떤 부위인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많이 취했었나 보다.

하지만 카톡에 분담금과 계좌번호는 분명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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