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바에서

하고팠던 일, 꿈꾸었던 일들이 생각나는 밤

by 이종덕

지난 금요일 밤

1차 술자리가 끝난 후 후배 팀장들의 손에 이끌려 강남역 뒷골목의 LP바에 놀러 갔습니다.
빼꼭하게 꽃쳐있는 수많은 LP와 빵빵한 오디오 시스템이 마음을 홀립니다.

무슨 노래든지 메모를 해서 주면 틀어줍니다.
생맥주와 함께 여름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습니다.

오래전에...
아주 오래전에 아무에게도 말 못 하였던 영화음악을 해보고 싶었던, 그래서 무모할 정도로 음악을 많이 들었던 깨져버린 젊은 날의 꿈이 스치듯 생각나는 밤이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에 음악이라는 옷을 입히려면 내 머리 속에 많은 노래가 담겨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클래식이던 팝이던 가리지 않고 음악을 먹어댔지요.

미루다가, 머뭇거리다가 시작조차 못해본 일이지만 그날 밤 LP바에서 흘러나오던 수많은 곡들이 거의 다 내가 알고 있는 곡이라는 걸 느끼면서 아직도 가슴속 깊이 그 꿈을 잊지 못했음을 알았습니다.

꿈을 이루려면 모험을 해야 하는데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며 "안정됨 삶"에 발목이 잡혀 꿈이 무엇이었는가 조차 잊어버리고 이제는 무언가를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운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돌이켜 보면 몇 번의 좀 더 조건이 좋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내 꿈을 펼쳐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망설였고 소심했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나는 내가 가는 길을 여기까지 잘 왔고 소중한 가족들을 잘 지켜냈기 때문입니다.

은퇴를 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작은 꿈들을, 하고팠던 소소한 일들을 조금씩 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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