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모처럼 샤워를 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왜 이렇게 씻기가 싫어지는지...
샤워 후 뒷정리를 제대로 안 하고 나와서 아내가 정리를 하러 들어갔다가 미끄러져 넘어져 버렸습니다.
머리에 밤톨만 한 혹이 생겼고 손목이 아프다고 합니다.
머리에 충격을 받은 것이 신경이 쓰여서 얼른 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머리 CT촬영을 하고 손목도 X레이 사진을 찍었는데 다행히 머리 속 내출혈은 없고 손목은 미세 골절이 되었습니다.
샤워 한번 잘못하여 당분간 설거지와 청소 전담맨이 되어버렸습니다. 욕은 욕대로 먹고.
잘 걸렸다 싶은지 이곳저곳 청소를 시킵니다.
화분에 물 줘라, 강아지들 목욕시켜라, 안 입는 옷과 신발을 추려서 내다 버려라.. 지은 죄가 있으니 꼼짝 못 하고 지시하는 대로 할 수밖에요.
그래도 저녁이 되니 아픈 손으로 밥을 해 주었는데 국이 짰습니다.
언젠가부터 아내의 음식이 점점 짜지기는 했습니다만 뭐라고 하면 그나마도 못 얻어먹을 것 같아 아무 소리 없이 먹기는 했습니다.
밤에 물을 너무 마셔서 인지 일요일 아침부터 설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은 암에 걸리지 않는 장기입니다.
심장은 다른 장기에 비해 염도가 높아서 염통이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암에 걸리지 않는 다고 합니다.
남편 암에 걸리지 말라고 짜게 먹이는 것으로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일요일
날씨가 무척 덥습니다.
아내와의 외출 길에 시원하게 입고 지나가는 늘씬한 아가씨를 슬쩍 쳐다보다가 아내에게 들켰습니다.
나잇값을 하라고 핀잔을 들었습니다.
아니라고 아무리 우겨도 소용이 없습니다. 고개까지 돌아갔다는 겁니다.
졸지에 저렴한 인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보면 좀 어때서...
내가 뭐 응큼한 마음으로 그런 게 아니고 남자는 늙으나 젊으나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쳐다보게 되어있는데 말입니다.
저녁에 설거지를 하다가 급기야 접시를 한 장 깨트렸습니다.
완전히 말썽쟁이 구박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얼른 월요일이 되어 출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