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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Aug 08. 2018

뭘 먹어도...

너무 오래 덥다.

대책 없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땀 흘리고, 지치고,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럴 때일수록 먹기라도 잘 먹어야 할 텐데 입맛이 떨어져서 뭘 먹어도 맛있는 줄 모르겠다.


아내와의 외출 길

제대로 맛을 낸다는 소문난 냉면집을 들어갔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은 시원한 식당에서 살얼음이 맺힌 평양냉면을 먹었다.

면을 먹기 전에 육수부터 후루룩 마시니 시원함과 담백함이 더위를 가시게 한다. 모처럼 냉면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딱 거기까지다. 잠시 잠깐의 시원함이다.

장인어른의 기일

그늘 한점 없는 땡볕에서 추도예배드렸다.

8년 전 그때도 이렇게 더웠을까? 어떻게 장례를 치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아내가 수고했다며 보양식으로 장어구이를 쏘겠다고 한다.

두말 않고 그러자 고했다. 뭔가 기력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안 먹으면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어 꼬리를 네 개나 먹었다.

믿거나 말거나 정력에 좋다니까.

올여름에 내가 마셔버린 맥주를 다 합치면 큰 드럼통으로 한통을 채우고도 남을 것 같다.

참 많이도 마셔댔다.

첫 한 모금의 시원함과 짜릿함 때문에, 갈증이 싹 가시는 유혹에 못 이겨 시도 때도 없이 물먹듯 마셨다.

맥주는 먹을 땐 참 좋은데 취기가 살짝 오르면서 바로 땀으로 배출된다.

어제저녁에도 바비큐 몇 조각에 생맥주로 저녁을 대신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남는 건 찐득한 땀과 후덥지근한 불쾌함 뿐이다.

이것 또한 그때뿐이다.

뭘 먹어도 맛이 없다.

먹는 게 아니고 그냥 끼니를 때운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나마 요즘에 입맛을 돌게 해주는 것은 지난봄에 어머니가 주신 마른 멸치다.

찬물에 밥을 말아서 마른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냥저냥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게 된다.

먹고살기 힘들다.

얼른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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