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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덕 Nov 10. 2018

안 어울릴 것 같은 맛의 조화 "게국지"

게국지는 충남 서산지역의 향토음식인데 게장과 겉절이 김치를 함께 끓인 찌개 같은 음식이다.

예전엔 서산 인근에 찾아가야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서울에도 게국지를 파는 집이 종종 있다.

원래 서산에서는 게장의 간장과 얼갈이배추를 찌개로 끓여 먹던 것이 게국지라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꽃게탕이나 게찜, 게장으로만 게의 맛에 익숙해져 있어서 저게 맛이 있을까? 비리지는 않을까? 하는 선입관념이 있어 처음 대했을 때는 숟가락이 잘 가지 않았던 음식이다.


그런데 게국지는 참 담백하고 국물의 맛이 깊다.

두 가지 재료의 조화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게국지 속의 게는 사실 살이 죄다 빠져 먹을 것이 없다. 하지만 국물의 맛을 시원하고 담백하게 해 주는데 탁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서울에서 파는 게국지는 국물을 많이 잡고 끓인 멀건 김치찌개에 제법 큼직한 게를 넣어 끓인 형태인데 게국지 본연의 맛은 아니다.

게국지용 게장은 우리가 밥도둑이라며 맛있게 먹는 살과 알이 꽉 찬 그런 간장게장이 아니고 충남의 해안가 지역의 갯가에 흔해빠진 능쟁이라는 조그마한 게를 게장으로 담근 것을 쓰는 것이 오리지널이라고 한다.

능쟁이 게장이라야 제대로 된 국물 맛이 난다는 것이다.

게국지의 맛을 알고 나서는 게의 속살만을 쪽쪽 빨아먹고 껍질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외출 길에 소공동 골목 안에 게국지 파는 집이 눈에 띄었다.

날씨도 을씨년스럽고 밥때도 되어 오랜만에 게국지에 소주 한잔을 했다.

수년 전 서산읍내 허름한 식당에서 먹었던 처음 게국지의 맛은 아니었지만 첫추위에 움츠려진 몸을 녹여주고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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